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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A' 의사의 이야기

<Caregiver Awards>

  • Cherish : 환자 A의 SCLC 말기 투병을 함께한 보호자 Mrs.A에게 Caregiver 수여

Mrs.A는 이미 눈이 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우리를 맞이했다. 2019년 여름에 발견된 전이성 small cell lung cancer가 A의 육신을 약하게 했을지는 몰라도 이 가족의 사랑은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었음이 첫인상부터 느껴졌다.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슬픔에 잠긴 목소리와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눈물, 그리고 의료진을 향한 미소를 모두 담은 Mrs.A의 얼굴에서 질병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그 질병보다 더 큰 사랑이 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. 보통의 방문에는 배우자만을 동반하거나 딸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의 아들이 함께한 것 또한 특별했다. 멀찍이 서서 울음을 참으며 슬픔에 잠겨 있는 아들의 얼굴에서 이 가족이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었는지 또한 느껴졌다.

A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본인을 기억해달라고, 나중에 사후세계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.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의료진이 아니라 그 아름다운 가정안에 의료진 또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진 듯한 모습이었다. 진정으로 의료진에게 감사하고 본인과 같은 다른 암환자들에게는 더욱 더 도움을 주라는 모습에서 환자의 의료진에 대한 크고 강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. 그런 안정되고 평화로운 마음가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.

“He’s my rock star!”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혼자서는 일어날 수조차 없는 A를 향해 Mrs.A가 연신 내뱉은 말이다. 환자는 투병생활로 보호자는 간병생활로 지칠대로 지치는 암 클리닉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모른다. 아마도 이런 아내와 아들이 있기에 환자가 여기까지 긴 여정을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. “Thank you for keeping him next to me way longer than I expected” 처음 진단을 받고 환자는 2월 17일 본인의 생일을 한번만 더 기념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였다. 누군가에게는 짧을 수 있는 2년의 시간을 Orel가족은 서로를 위하며 정말 소중하게 보냈다. 호스피스로 가기 전 마지막 방문의 이 슬픈 순간에 혈육으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닌 부부사이에서 저토록 아름답고 강한 신뢰를 쌓은 모습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. 지난 2년동안을 마치 20년처럼 함께한 가족과 간호사들, 의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모두가 감사한 시간이었다.

세상적인 가치에서 얻어지는 수많은 것들은 결국 Perish의 과정을 겪게 된다. 아무리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도 내가 무너졌을 때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safe net이 없다면, 내가 지탱해주고 싶은 누군가가 없다면 Perish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. 환자 A와 그 가족은 서로에게 그리고 의료진에게 Cherish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.


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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